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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뉴스> 위유미 원장 칼럼, 12월의 결단, 새로운 시작을 위한
24-12-12 21:21관리자79회

2024년 12월, 우리는 한 해의 종착점에 서 있다. 사람들은 한 해를 정리하며 관습처럼 늘 같은 이야기를 되풀이한다. “용서하세요”, “화해하세요”, “지난일은 털어버리고 새롭게 시작하세요”. 좋은 말이며 당연히 실천할 가치가 있다. 어쩌면 도덕적 의무처럼 받아들여지며 마치 성숙한 사람이라면 당연히 따라야할 덕목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과연 화해와 용서만이 모든 관계의 정답일까? 더 나아가서 그것이 우리의 삶에 항상 바람직한 선택일까?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화해와 용서가 강조되는 것은 새로운 시작에 대한 열망과 자신을 얽매던 마음의 짐을 벗어나려는 심리적 욕구 때문일 것이다.  화해와 용서라는 가치가 내포한 의미는 분명 아름답지만, 이를 모든 관계의 만능 해결책이나 이상적 해법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부적절하다. 특히, 건강하지 않은 관계에서의 무분별한 화해 시도는 갈등을 해결하기는커녕 감정적 상처를 심화시킬 위험이 있다.

용서는 단순히 과거를 잊거나 상대를 무조건 받아들이는 행동이 아니다. 용서는 나 자신을 위한 선택이어야 하며, 감정의 인정과 회복을 포함한 치유 과정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왜 아직도 그 일을 마음에 두고 있느냐”는 질문과 함께 용서를 강요받는다. 이는 상처받은 사람의 아픔을 가볍게 여기고, 용서하지 않으면 미성숙하다는 평가를 내리는 태도이다. 또한 상처받은 사람의 감정을 존중하지 않고, 치유 과정을 무시하는 행위이다. 진정한 용서는 자발적이어야 하며 이를 위한 충분한 시간과 이해가 필요하다.

화해 또한 마찬가지다. 화해는 관계의 회복 가능성과 개선 의지가 있을 때만 의미가 있다. 단순히 “올해가 가기 전에 풀자”는 압박감에 의해 이루어진 화해는 명분을 위한 것일 뿐 감정의 찌꺼기를 남긴다. 때로는 화해보다 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더 건강한 선택일 수 있다. 즉, 용서와 화해가 관계 회복의 한 방법이라면, 관계 정리는 자기 보호와 새로운 기회를 위한 또 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관계를 끊는 것은 ‘인간관계의 실패'로 여기며 ‘끝까지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당연한 도덕적 규범처렴 주장한다. 그러나 모든 관계가 지속될 필요는 없다.  관계는 에너지의 상호작용이다. 상호 존중과 이해가 부족한 관계는 이미 그 본질적 가치를 상실한 상태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이런 관계를 쉽게 끊어내지 못하는 것일까?  소모적인 관계를 벗어나는 것이 더 건강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많은 경우 죄책감, 의무감, 혹은 사회적 기대가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또한 관계를 정리한다는 것은 사람과의 연결만을 끊는 것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사회적 지지와 안정감을 포기해야 한다는 두려움을 동반하기도 한다. 이처럼 관계는 단순하지 않으며 그 속에 얽힌 다양한 개인적, 사회적 요인들이 관계 정리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관계를 우선시한다. 이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를 자산처럼 관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정된 에너지와 시간을 유의미한 관계에 배분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인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관계를 지속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 각 관계가 나에게 미치는 영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평가를 통해 어떤 관계를 유지하고, 어떤 관계를 정리해야 할지 결정하면 된다.

우리는 누군가를 용서하지 않을 권리도 화해하지 않을 권리도 있다. 이 또한 선택이며 이 선택은 나 자신의 경계를 지키고 내면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과정이다. 자신의 아픔을 인정하고, 스스로의 감정을 이해하는 시간은 관계를 정리하거나 지속할 결정을 내리기 전에 충분히 숙고해야 할 중요한 단계이다.

12월은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 시기를 단순히 용서와 화해의 시점으로만 여기기보다,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내려놓아야 할지 결정하는 시간으로 삼아보자. 모든 관계를 끌어안으려고 하기보다는 나의 에너지를 긍정적으로 채워줄 관계에 집중하고, 나를 지치게 하는 관계는 과감히 단절할 결단력과 통찰을 발휘해보는 것이다. 관계든, 아픔이든, 미련이든 그것을 떨쳐내야 비로소 새로운 것이 들어올 자리가 생긴다. 

그리고 이번 연말에는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나는 무엇을 떠나보낼 준비가 되어 있는가? 무엇을 끝내야 비로소 시작할 수 있는가?” 관계를 정리하는 선택은 용서나 화해보다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 그 용기는 삶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것이다. 

출처 : 우리뉴스(민영뉴스통신사)(http://www.woor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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