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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뉴스> 위유미 원장 칼럼, 안정된 주거권이 권리가 되는 사회
24-10-14 12:09관리자73회

우리는 언제쯤이면 집으로 인한 불안과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오늘날 주거권을 인권의 차원에서 바라봐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 지인은 최근 전세사기를 당한 아들과 함께 홍대입구에서 주거권 행진에 참여했다며 집에 대한 얘기만 들어도 숨이 가빠진다고 했다. 자신의 아들은 단순히 거처를 잃은 것이 아니라 삶의 일부분을 빼앗겼다고 분개했다. 

그의 이야기를 통해 10월 첫째 주 월요일이 ‘세계 주거의 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UN이 제정한 이날은 모두가 안전하고 안정된 주거지에서 살아갈 권리가 있음을 선포한 날이다. 집은 물리적인 공간을 넘어 인간의 존엄성과 삶의 질을 보장하는 기본적인 요소이다. 즉 안정과 안락을 제공하며,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데 필수적인 기반인 것이다. 

우리 사회는 이제 주거의 본질적 의미를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 특히, 오늘날처럼 주거 불평등이 심화된 시대에는 주거 문제가 곧 사회적 불평등을 상징하는 지표가 되고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는 빈민촌과 같은 열악한 주거 환경에서 삶을 이어가는 이들이 존재하고 있으며, 그들에게 주거란 쉼터가 아닌 생존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일 뿐이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주거 현실을 바라볼 때, 집이 그저 공간의 문제만이 아닌 자산 증식의 도구로 여겨지게 된 과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거의 주택은 삶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적 조건이었으나 어느 순간부터 주택이 자산 축적과 투기의 대상으로 변질되었다. 놀랍게도 지난 5년간 30명이 8천 채의 주택을 구입했고, 상위 10%가 올린 임대 소득은 연간 10조 2천억에 달한다고 한다.

이처럼 주택이 일부 계층에게는 인간다운 삶을 위한 기반이 아니라 수익을 창출하는 수단으로 전락한 현실 속에서, 서민들은 투자 중심의 주거 환경으로 인해 점점 더 높은 주거비 부담을 안고 불안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치솟은 전세금이나 월세 때문에 고통 받는 세입자들과, 폭염, 혹한, 화재에 취약한 반지하나 쪽방에서 위험에 노출된 채로 사는 사람들에게는 하루하루가 생존을 위한 투쟁과 다름없는 것이다.

주택 소유의 개념이 사회적 부의 축적 수단으로 여겨지는 한 주거 안정은 요원한 꿈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결국 주거권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가 많은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절망과 불안을 야기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며, 서민들의 생활은 더욱 고통스러워질 뿐이다. 요컨대, 적절한 주거권이 확보되지 않는 사회에서는 인간다운 삶의 토대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특히,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계층은 더 쉽게 주거 불안정에 놓이게 되고, 이는 결국 빈곤과 불평등의 악순환과 함께 다양한 사회적 문제로 이어지게 된다. 그러므로 주거 불안정의 문제는 단지 경제적 어려움의 문제이기보다 사회 전체의 통합성을 위협하는 중대한 사안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접근 방식은 근본적인 변곡점을 맞이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주택 정책이 주로 공급 확대와 금융 지원에 조첨을 맞추었다면, 이제는 주거권을 기본적 인권으로 인식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또한, 집이 자산 증식의 수단이 아닌 인간이 생활하는 기본적 권리로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주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 집은 특정 소수가 부를 쌓기 위한 수단이 아닌 우리 모두의 삶을 지키기 위한 기본적인 권리로서 자리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주거권은 인권이다. 주거권은 우리 사회의 평등과 정의를 실현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UN의 ‘적정한 주거에 대한 권리’ 개념에 따르면, 주거권은 단순히 지붕과 네 개의 벽을 가진 공간을 넘어, 안전, 평화, 존엄성을 보장받을 권리를 포함하고 있다. 곧, 주거권을 당연한 권리로 인식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사회적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야만 더 이상 집으로 인해 고통 받는 이들이 없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주거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이다. 우리는 주거권을 인권의 차원에서 바라보며 그 본질적 가치를 존중하고 보호해야 한다. 모든 사람이 최소한의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집에서 사는 세상은 이상이 아닌, 우리 사회가 반드시 실현해야 할 목표이다.

출처 : 우리뉴스(민영뉴스통신사 https://www.woori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57195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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