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론홍보
언론홍보
<우리뉴스> 위유미 원장 칼럼, 선거의 품격
24-04-11 13:53관리자8회

필자는 사전투표를 했다. 사전투표 첫 날 투표장은 길게 줄을 서야할 만큼 사람들이 많았다. 투표장에 들어갈 즈음 지팡이를 짚은 80대 후반 쯤 되어 보이는 한 어르신이 큰 목소리로 대상이 없는 화를 쏟아내고 있었다. 가까이서 몇 마디 듣다보니 현재 정치와 선거운동 행태에 대한 비판이었다. 

어르신의 분노를 촉발시킨 배경은 명확했다. 국민을 잘살게 해주겠다는 사람들이 서로 으르렁대며 볼썽사나운 모습만 보이냐는 것이다. 자신의 일상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TV시청에 할애하는데, 뉴스를 통해 세상 소식을 접하는 것이 주된 이유라고 했다. 그러나 어느 채널이고 상대를 헐뜯는 내용만 나와서 이에 진절머리가 난다는 것이다. 상대는 무능하고 부패하고 자신만 잘났다고들 하니 어르신이 후보를 선택하는 기준은 비방을 덜하고 공손한 사람이라고 했다.

선거철에는 각 정당의 후보들이 자신의 정책과 역량을 부각시킴과 동시에 상대를 비난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이는 정치적인 경쟁이 치열하고 선거의 승리를 위해 상대를 약화시키는 전술로 흔한 일이다. 그 결과로 후보들은 자신의 강점을 강조하고 상대 후보의 약점을 드러내는데 주력하게 된다. 

정치는 대립과 대결의 장이다. 후보들은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확고히 하기 위해 거친 언행과 공격적인 모습으로 더욱 강한 모습을 연출하기도 한다. 표면적으로는 자신의 결의와 지도력을 강조하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상대방을 압도하여 자신의 이미지를 극대화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국민들은 거칠고 험한 모습을 강하다고 느끼게 될지 의문이다. 

이(齒牙)와 혀의 이야기가 있다. 이와 혀는 서로 자기가 더 강하다며 시비가 붙었다. 단단한 이가 혀를 깨물면 혀에서는 피가 흐르고 혀는 꼼짝하지 못했다. 이는 “네가 나를 이길 수 있겠니”라며 자신의 강함을 자랑하고 혀를 약 올렸다. 언제까지나 자신은 강할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럴 때마다 혀는 그 수모와 업신여김을 묵묵히 참고 견뎠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며 이는 단단한 것을 깨물어 이가 상하기도 했고, 나이가 들어가며 이가 하나 둘씩 빠졌다. 그때혀는 몇 개 남아 있지 않은 이에게 “지금도 네가 나를 이길 수 있겠니”라고 말했다. 그제서야 이는 자신이 잘못했음을 깨달았다. “그래 내가 어리석었다. 강하기만 하면 무조건 이기는 줄 알았어. 교만하고 타협도 없고 내 주장만 했어. 이젠 거의 다 빠져 버리고 그나마 남아 있는 것도 부러지고 내 꼴이 말이 아니야. 그런데 부드러운 너는 부러질 일도 없고 빠지는 일도 없으니 정말 부럽구나”

정치적 경쟁의 세계는 온통 이(齒牙)와 같은 사람들 일색이다. 혀와 같은 존재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무차별적으로 인신공격에만 집중하는 것은 자신의 우월성을 강조하고 지지자들을 모으려는 진부한 방식이다. 공자는 “옛 사람들이 말을 함부로 하지 않는 것은, 자신의 실천이 따르지 못할 것을 부끄러워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자신의 행동을 절제하고 단속함으로써 실패한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유권자가 원하는 강한 모습은 진실한 메시지와 실현 가능한 비전이다. 과시나 허세가 아니라 실현시키고자 하는 가치의 우선순위를 명확하게 알고 수단과 방법을 가릴 줄 아는 후보를 원한다.

정책적인 대립과 상대방에 대한 공격에도 균형이 필요하다. 상대방의 정책에 대한 비판은 필요하지만, 그것이 정책적인 토론과 논쟁에 기반 한 것이어야 하며 국민에게 설득력 있는 내용이어야 한다. 정책적인 대립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필수적인 요소이다. 각각의 이해주체가 서로 다른 견해와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는 불가피한 현상인 것이다. 현재의 정치문화는 후세대에 전수되기 마련이므로 더욱 엄중한 주의가 요구된다. 미래세대가 협력과 타협을 배우지 못하고 통합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다면 미래의 정치는 더욱 대립하고 토론과 논쟁은 퇴화될 것이다.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다양한 집단들과 개인마다 후보를 택하는 기준은 다 다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국민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을 선출하는 것이니 감정에 치우칠 일이 아니다. 한 개인으로서 정책결정 과정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법이 투표를 통한 정치적 의사표현이므로 더욱 신중해야 한다.

인간은 동일한 사회에 존재하더라도 개인이 공유하는 가치와 신념, 태도는 다르다. 그러므로 각자의 정치적 신념에 의해 정치문화가 형성되고 개인의 정치적 행태를 표출한다. 예컨대,  현재 우리가 직면한 각종 사회 문제들이 원활하게 해결되기를 원한다면 옥석을  분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선거가 인격대결이 아닌 정책대결을 함으로써 선거의 수준도, 선택하는 국민의 수준도 더욱 높아지길 희망한다.

출처 : 우리뉴스(https://www.woori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50597)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