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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뉴스> 위유미 원장 칼럼, 포장한 채 살아갈 것인가
24-02-21 00:29관리자14회

여고시절 한 친구는 눈이 나쁜 남자친구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 얼굴에 주근깨가 있었던 그녀는 남자친구의 시력이 나빠서 자신의 얼굴 주근깨가 안보였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화장으로 가리면 된다고 했더니 언젠가 맨얼굴을 보여야 될 때가 있으면 어떻게 하냐고 했다. 10대 여고생에겐 그런 희망이 있었지만 눈이 나쁜 사람이 안경을 안 끼고 다닐리는 만무하지 않은가.

사람은 친밀해질수록, 사랑이 깊어질수록 서로의 거리는 좁혀지게 마련이다. 언제까지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감출 수 없다. 언제까지 포장된 모습으로 멋지게만 보일 수도 없다. 외모만으로 자신을 잘 보이고자 한다면 상관없을 테지만 인간의 본질은 마음에 담겨있다.

A와 B는 입사동기로 수년 동안 친한 관계를 유지했다. B가 보기에 A는 호탕했고 늘 B의 일을 자신의 일처럼 챙겨주곤 했다. 그러다 둘 다 비슷한 시기에 퇴직을 하게 되었고, A는 자기사업을 준비 중이라며 B의 능력을 추켜세우며 함께 해보자고 제안했다. B는 재취업을 고민하던 참이었으나 몇 번의 대화 끝에 흔쾌히 참여하게 되었다. 그러나 사업을 시작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관계가 어긋나기 시작했고, 결국 사업체는 문을 닫고 둘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을만큼 망가져 버렸다. 

그동안 좋은 관계로 지내며 A는 B의 넉넉한 재력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사업파트너로서의 선택보다는 B의 돈이 필요했음을 알게 됐다. B는 돈을 잃은 것은 견딜 수 있었지만 A의 솔직하지 못함과, 예전과 다른 그의 태도에 실망이 컸다고 한다. A가 가끔 B를 속이는 얕은 심사가 드러나곤 했지만, 친한 사이에  설마하며 유야무야 넘겨왔던 것이다. 선한척 포장된 모습뒤에 가려진 그의 실체를 뒤늦게 알게 되었지만 이미 너무 늦은 시점이었다. B는 결국 사소한 것들을 무시한 결과로 인해 사업도 인간관계도 파국을 맞게 되었다고 자책했다.

쇼펜하우어는 모든 인간은 타인에게 자신이 좋게 보일 수만 있다면 언제든지 가면을 쓰는 존재라고 했다. 아무리 통찰력이 탁월해도 멀쩡한 사람의 가면속 얼굴을 알아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친한 사람에 대한 감정의 연결은 더 강력하고 특별한 것이어서 상대방이 의도를 감추고 행동하면 어찌 알겠는가. 잘못이 드러나도 A처럼 눈치 빠른 사람은 금새 얼굴을 바꾸고 모면하는 기술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을 잘 보이고 싶은 이미지로 포장하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인정해줄 것이라는 욕구와, 인간관계에서도 더 많은 기회와 혜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어 하는 것이, 이미지 관리차원을 넘어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가는 오히려 낭패를 당할 수 있다. 진정한 나를 보여주지 않으면 진짜 자신의 정체성을 잃을 수도 있으며, 포장된 이미지를 억지로 유지하는 것은 지치기 마련인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외모만 치장으로 숨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도 숨길 수 있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종종 잘 지내던 관계가 어느 순간 꼬이면 속내가 그대로 드러나기도 한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하는데 과연 그럴까? 타인의 복잡한 내면을 다 알 수는 없다. 하지만 가까운 사이가 되면 마음속을 간파당하기가 쉽다. 정직하지 않고 숨기려고 할수록 더욱 적나라하게 보여진다. 감추고 싶은 자신만 모를 뿐이다.

인간은 성장과 성공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그 중 자신의 강점과 장점을 강조하기 위해 이미지를 연출하는 것을 포장이라고 할 수는 없다. 세상의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있는 것처럼 연출과 포장이 자기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과 상충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얼굴이나 마음 그 어떤 것도 화장과 가면으로 완벽하게 감출 수 없다. 화장과 가면은 일시적인 변신을 제공할 뿐, 결국 진실은 드러나게 된다. 법정스님은 ‘진실은 진실된 사람에게만 투자해야 한다. 그래야 좋은 일로 결실을 맺는다’ 라고 했다.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 중 진실이 으뜸인 것이다.

출처 : 우리뉴스(https://www.woori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8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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