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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뉴스> 설날, 가족의 애틋함과 갈등 속에서
24-02-13 21:08관리자14회

설날(구정,舊正)은 한국의 가장 중요한 명절 중 하나로 그 의미가 깊다. 양력으로 신년을 맞이하고도, 구정을 한 해의 시작으로 여기며 흩어진 가족들이 함께 모여 기쁨을 나누는 시간이다. 

그래서인지 양력설 보다는 음력설인 구정에 전 국민의 대이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 예전과 달리 명절을 맞아 해외나 국내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 가족과 소중한 시간을 가지는 방식은 다양해졌지만 여전히 명절은 가족과 가정의 중요성을 더 깊이 깨달을 수 있는 민족적인 행사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특히 가족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만큼 명절을 통해 가정의 문화와 전통을 경험하고 가족 간에 더욱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하기도 한다. 하지만 때로는 가족 간의 갈등이 심각하게 발생하는 때가 또 명절이다. 올해도 흉악한 사건이 전해지고 이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혀를 차며 안타까워했으리라.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은 애틋한 정을 나누기도 하지만, 작은 갈등에도 긴장하게 된다. 그동안 축적된 갈등이 촉발되기도 하고 서로에 대한 기대와 압박을 느끼기도 한다. 긍정적인 변화와 성취를 바라는 만큼 중압감은 더 크고 감정은 더욱 과열되기 싶다. 

필자도 설을 쇠고 기차로 귀경하게 되었는데, 기차 안에는 명절 특유의 분위기가 가득했다. 아이들이 많아 활기차고 흐뭇한 모습이었다. 어린 아이들일수록 부모에게 묻는 말도 많고 칭얼대기도 했다. 그러던 중 서너 살은 됨직한 한 여아의 유쾌한 대화가 기차안의 모든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아이의 말을 통해 부부간의 갈등이 전달되었다. 아이의 말투는 웃음을 자아냈지만 아이의 말 속에서 그 가정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 부부가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고스란히 알 수 있을 만큼이었다. 아이는 부모의 다툼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었고, 싸우는 것은 나쁜데 왜 싸우는가 따져 묻고 있었다. 

아이의 엄마는 적잖이 당황했는지 집에 가서 알려준다고 속삭였으나, 서너 살 아이가 기차 안에서 조용히 해야 할 이유나 엄마의 속마음을 어찌 다 헤아리겠는가. 아이의 부모는 주변 승객들을 의식해서인지 아이의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려고 애를 쓰며 난감해 하는 것이 역력하게 느껴졌다. 

이 가정처럼 많은 가정들이 명절을 지내며 가족 간의 복잡한 갈등이 드러나곤 한다. 누구나 한번은 겪어봄직한 그런 내용이라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행동과 대화를 민감하게 감지하고 가정의 분위기와 관계에 대한 이해를 키워가는 과정에 있다. 집에 가서 아이 엄마가 어떻게 설명하게 될지 사뭇 궁금하기도 하다.

명절은 흩어진 가족이 만나는 반가움이 있지만, 자칫 서로의 생각과 감정이 꼬일 수 있는 시기이므로 의사소통에 있어 예민한 배려가 필요하다. 인간은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가족도 예외는 아니다. 소통이 부족한 가족일수록 하찮은 일로 과민해 질 수 있고 때로는 서로의 의도가 맞지 않아 충돌하기도 쉽다. 가족이라도 각자의 삶에서 마주하는 문제는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명절을 지낸 바로 다음날 후배의 전화를 받았다. 그녀는 다음 명절에는 시댁에 가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다. 며느리인 자신에게 맡겨진 역할분담이나 재정적인 면에서 공평하지 못한 것에 마음이 상해 있었다. 결혼으로 이루어진 가족은 동일한 상황에도 혈연관계와는 다른 감정이 존재한다. 아무리 튼튼한 가족관계라도 며느리나 사위가 불편한 감정이나 요구를 솔직하게 표현하기란 쉽지 않다. 

친밀함만이 능사가 아니며, 가족간에도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과도한 관심과 가능한 한 참견을 멈출줄 알아야 한다. 서로의 경계를 인정함이 건강하고 행복한 가족관계를 구축하는데 도움이 될 터이다.

출처 : 우리뉴스(https://www.woori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8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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