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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뉴스> 위유미 원장 칼럼, 여성이 안전한 나라
24-05-22 22:51관리자58회

남성은 무엇 때문에 화가 났을까? 5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이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대형마트 앞에서 한 여성에게 심하게 폭언을 하고 있었다. 여성이 대꾸라도 하면 손찌검까지 할 기세여서 필자는 그 자리를 쉽게 떠나지 못했다. 계속 눈총을 주면 멈추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 폭력을 행사하면 당장 신고할 참이었다. 공공장소에서 그 여성이 느꼈을 수치심과 모멸감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들고 웅성거림이 심해지자 두 사람은 자리를 떴지만, 이후 그 여성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생각하기가 두려운 일이다. 남녀의 다툼이 뭐 그리 대수냐고 하겠지만 최근 강남에서 이별을 고하는 여성을 살해한 사건이 오버랩되었기 때문이다. 매체마다 가해자를 의대생이나 수능 만점자로 표현하는 기사를 보며 탄식했던 기억이 또렷하다. 

그의 직업이 어쨌다는 것인가.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피해자에 대한 관심을 희석시켜서 사회적 경각심을 무디게 하려는 것인가. 중요한 것은 그는 여자 친구를 죽인 살인범일 뿐이다. 이와 같은 사건들은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이 직면하는 심각한 안전 문제를 시사함에도 불구하고 사건 직후 잠깐 이슈가 되고 또 잠잠해지곤 한다. 그리고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질 것이다. 잊혀져야 할 문제가 아니라 계속해서 대응해야 할 과제인데도 그렇다. 

지난해에도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를 191회나 찌른 남성이 있었고, 3월에도 이별을 요구한 여자친구를 살해한 김모씨 등 교제하는 여성이 살해당한 뉴스는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 비극적이게도 이러한 사건에서 여성들은 친밀한 관계에서만 살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작년 8월 전혀 낯선 남성에게 대낮에 성폭행을 당하고 살해당한 30대 여성의 비극은 한동안 여성들에게 밤길뿐만 아니라 대낮에도 조심하라고 할 만큼 흉흉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왜 여성은 화풀이의 대상이 되고, 폭력의 희생자가 되어야 하는 것일까? 올 들어 1월부터 3월까지 신고된 데이트 폭력 신고는 1만 9098건에 달한다고 한다. 작년 한 해 동안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게 살해된 여성은 매스컴에 보도된 것만 해도 138명이나 된다고 하니 충격적이다. 매달 11명이 넘는 여성이 목숨을 잃은 것이다. 가정에서, 거리에서, 직장에서 그리고 학교 등 일상에서 여성들이 얼마나 광범위한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인지 이런 참담한 상황은 여성이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가 위협받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남녀가 헤어지고 나서 보복을 두려워하는 사회가 된 현실이 두렵다. 실제로 많은 여성들이 협박을 당하고, 살인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건들이 있었는가. 이런 끔찍한 살인의 근간에는 여성혐오가 짙게 베어있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도 남성과 여성에 대한 이중 잣대를 들이대는 진부한 사고가 존재하고 있다. 

남녀관계에 대한 경험적 연구에 따르면 남성다움과 여성다움에 대한 고정된 편견을 가진 가부장적인 사회일수록 남성은 공격적이고 지배적인 성향이 나타난다고 한다. 이러한 사회 환경에서 남성들은 자신들의 권력과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폭력적인 행동을 정당화하기도 한다. 그 결과 여성들은 폭력과 위협에 직면하여 안전이나 존엄성이 위협을 받아도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고 비정상적인 상황을 수용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여성폭력은 단순한 개인 간의 사건이 아니라 사회적, 구조적 권력 불균형에서 비롯된 심각한 문제임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the personal is the political)”라는 주장처럼 여성이 피해자가 되는 것을 단순히 개인적 차원으로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정치적 맥락에서 접근해야 함을 강조하고자 한다. 

피해자가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만큼 위협을 받는다면 공권력이 여성의 안전을 보장해 주어야 하며, 국가는 모든 교육의 단계에서 성별에 대한 고정된 역할이나 편견을 타파하는 교육이 반드시 이루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남성들 스스로는 여성폭력에 적극적으로 반대목소리를 내고 자신의 행동을 점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언제쯤 여성이 이별을 통보하고 보복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회가 될까? 언제쯤 남녀관계의 갈등으로 여성이 불안하지 않는 사회가 될까?

출처 : 우리뉴스https://www.woori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52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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