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후 매년 반복되는 입시 중심의 교육 패러다임과 그로 인한 현상들은 우리 사회가 교육과 청소년을 대하는 방식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한다. 수능은 개인의 학업 성취를 평가할 뿐 아니라, 우리 교육 체계의 방향성과 사회적 가치관을 반영하는 중요한 지점이다.
수능은 학생들의 다년간의 학업성취를 단 하루의 시험으로 평가하는 제도로, 학생들에게 상당한 심리적 부담을 안겨준다. 시험을 준비하며 오랜 기간 중압감 속에서 지내온 학생들은 시험이 끝나면 해방감을 느끼고 그동안 억제되었던 욕구와 관심사를 표출하며 많은 것들을 경험하려고 한다.
이렇게 학생들의 새로운 경험에 대한 욕구가 커짐에 따라 이를 겨냥한 업계는 발 빠른 대응으로 수험생들을 위한 각종 할인 혜택과 이벤트를 제공하고 있다. 대부분의 이벤트는 수험표를 제시해야 한다는 자격요건을 내걸고 할인을 해주거나 무료입장을 허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진행된다.
물론, 상업적 이익을 고려한 마케팅 전략의 일환이지만, 긴 시간 입시 준비로 지친 학생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전하려는 노력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혜택이 수능을 본 학생들에게 편중되면서, 수능을 치르지 않은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며칠 전 후배의 딸이 실제 이러한 상황을 겪었다고 했다. 그녀는 특성화고 재학 중이며,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고 취업이 확정되어 있어 앞으로 경험하게 될 사회생활에 대한 기대가 크다. 그런데 최근, 수능을 치른 친구와 함께 미용실에 갔다가 기분이 상해서 돌아왔다고 한다. 수험표를 제시하면 수험생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친구와 달리 자신은 수능을 보지 않아 수험표가 없다고 하니 할인 혜택을 적용할 수 없다고 했다는 것이다.
다른 아이들이 수능을 준비할 동안 자신도 자격증을 취득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최선을 다해왔는데, 고3이라는 동일한 위치에 있음에도 인정받지 못하고 차별을 당했다는 생각에 후배의 딸은 큰 상처를 받았다고 한다. 이는 우리 사회가 여전히 수능 중심의 획일화된 성취 기준에 얽매여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이다.
고3 학생이라고 해서 전부 대학 진학을 목표로 수능을 준비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학생들은 기술을 배우고 자격증을 취득하며 취업을 준비하는 등 일찍부터 진로를 고민하고 준비한다. 이들은 수능을 준비하지 않았을 뿐, 각자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능을 치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러한 혜택에서 배제되는 것은 불합리한 일이다. 이는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니다. 어디에 항의할 곳도 없고, 자신이 선택한 길이 충분히 존중받지 못하는 현실에 억울하다는 후배 딸의 말에 깊이 공감했다.
청소년들의 진로와 꿈은 각기 다르다. 고등학생 시절을 보내는 방식과 과정도 아이들마다 다르고, 모두가 같은 길을 걸을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각자가 선택한 길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며, 그 노력을 진정으로 인정하고 격려하는 것이다. 수능을 준비한 학생들만이 수고하고 노력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제도권 교육 내외의 모든 청소년들의 다양한 성장 경로를 인정하고 격려하는 포용적인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수능을 봤든 보지 않았든, 또 시험성적이 좋든 그렇지 않든 그들 모두의 노력을 가치 있게 여기는 태도가 필요하다. 꿈과 목표는 다를지라도, 청소년으로서 경험한 성장의 과정은 누구에게나 소중하고 값진 것이다. 이 사회는 그들이 각자 선택한 진로가 존중받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할 책임이 있다.
수능 이후의 사회적 반응은 우리 교육 시스템의 한계와 개선 필요성을 드러내는 중요한 지표이다. 수험생들의 경험을 통해 교육의 본질을 재고하고, 학생들이 각자의 역량과 진로를 존중받는 보다 포괄적인 교육 문화를 지향해야 한다. 수능은 학생들의 인생에서 중요한 과정이지만 그 자체가 인생을 결정짓는 절대적 기준이 아니다. 수능은 여러 교육 과정 중 하나일 뿐, 학생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경험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고3을 보내는 모든 청소년들에게 따뜻한 격려와 응원이 필요한 때이다. 그들이 선택한 길이 어떠하든, 자신의 결정에 대한 확신과 그 여정을 헤쳐나갈 용기를 북돋아 주는 것이 우리 사회의 책무일 것이다.
출처 : 우리뉴스(https://www.woori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58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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